Current Date:23 April, 2024

[시리즈 #1] 블록체인이 변화시킬 사회 – 헬스케어 편

[시리즈 #1] 블록체인이 변화시킬 사회 – 헬스케어 편

 

블록체인은 수학적 알고리즘, 거래 내용 기록, 타임스태프와 같은 데이터들이 저장된 ‘블록(block)’을 P2P (Peer to Peer) 기반으로 생성된 체인 형태의 분산 데이터 저장 환경에 보관하여 누구라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으며, 또 누구든 열람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데이터 수정을 위해서는 블록을 소유한 이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려운 높은 보안성이 보장되며, 탈중앙 방식으로 중앙기관이나 관리자 없이도 데이터를 저장하고 증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에 많이 사용되어 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유라클 블로그에서는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이 각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사례와 함께 시리즈로 다룰 계획입니다. 

 

헬스케어 산업 속의 블록체인 기술

이번 시리즈에서는 헬스케어 산업에 어떻게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기대되는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노령화 사회, 코로나19 등 여러가지 사회 요인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헬스케어 산업은 현재 어떤 모습이고 블록체인이 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개인 진료 기록 관리와 공유
진료의 연속성, 통합 의료, 의료비 절감, 효율적인 건강관리 ···

병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불만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진료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체 중 어딘가가 아파서 병원을 가면 CT, MRI 등 여러 검사 과정을 거치며 의사를 통해 간단한 소견을 듣습니다. 의사가 하는 말의 전부를 이해하기 어렵고, 그러다 병원을 옮기게 되면 내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또 다시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같은 검사를 반복하게 됩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선 일일이 진료기록을 발급 받아야 하고, 이 역시 간편하지 않습니다. 즉, 자신의 의료정보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불편을 야기하는 이유중 하나는 바로 환자의 EMR(Electronic Medical Records) 데이터가 각 병원마다 흩어진채 저장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해 어떤 효과를 내는 걸까요?

환자 개인의 진료 기록, 검사 기록, 진단 내역 등이 블록체인 속에 저장되면 접근이 훨씬 쉬워집니다.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주체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며, 다른 병원에 가도, 혹은 다른 국가의 병원에 가더라도 진료 정보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진료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환자 본인이 갖게되는 것이지요. 개인만이 이점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기관 역시 환자의 상태나 질병 기록 등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얻게되기 때문에 환자 차트 작성을 위한 2~3일의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며, 위급한 상황에 대한 대처가 빨라지고, 의료 과실이 줄어들어 더 정확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블록체인이 하는 역할은 바로 ‘진위 여부 확인’ 입니다. 각각의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데이터들이 어떠한 목적에 의해 해킹되거나 혹은 조작될 수도 있다는 의혹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진료기록은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므로 블록체인이 그 해답이 되는 것입니다. 해외에는 이미 Medicalchain, Timihealth 같은 기업들이 있으며 국내에도 Medibloc이란 기업이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임상시험 최적화
임상 시험 데이터의 투명성, 유전체 데이터 구매 비용 절감, 개인의 유전체 정보에 대한 주권 행사···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을 위해 진행되는 필수 과정중 하나입니다. 약물의 효능과 안정성을 증명해 사용허가를 얻기 위함인데요. 하지만 요즘 임상시험의 신뢰성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임상시험 데이터들은 중앙서버에 집중돼 있어서 제약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임의로 데이터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 제약회사에서는 부작용 등의 안정성 검증을 위해 동물 실험 데이터를 조작해 기소된 바 있으며, 어느 대학 교수는 적합하지 않은 환자와 직원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파장이 일어나기도 하였죠. 또한, 현재의 시스템은 임상시험에 적합한 대상을 선정하는 것도 어려우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블록체인의 도입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분산된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저장하여 데이터의 수정, 삭제 등의 변경 행위가 기록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블록체인이 임상 시험 결과를 저장하고 관리하는데에 적합한 것입니다. 또한, 임상 시험 결과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신약 심사 허가가 보다 빨라지며 비용도 줄어들 수 있겠죠. 

환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고, 이를 블록체인 플랫폼에 공유함으로써 임상시험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이는 EMR 뿐만 아니라 PHR (Personal Health Records), 개인의 유전체 정보(Genomic Data)의 기록도 함께 공유함으로써 구현됩니다.

23andMe는 개인 유전 정보를 분석해주는 기업입니다. 23andMe의 고객들은 분석 서비스를 받으면서 자신의 유전적인 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이 기업에 기부하게 되죠. 23andMe는 이 데이터들을 제약사나 생명공학사에 판매하면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없죠. 유전체 정보에 대한 주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뷸라 지노믹스(Nebula Genomics)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에 대한 주권을 개인에게 부여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안에서 개인이 유전체 정보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데이터 소유자(개인)와 구매자(제약사 등) 간의 중계 시스템(23andMe 같은 기업)이 사라졌기 때문에 제약사는 시퀀싱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회사, 원하는 프로젝트에 얼마에 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수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더 많은 개인이 네뷸라 지노믹스에 참여하게 되고 더 많은 데이터들이 축적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도 임상시험에 필요한 정보를 더 저렴하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되죠. 데이터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저장하고 공유하는 블록체인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의약품 유통망 관리

지난 3월 삼성SDS가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져(Nexledger)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의약품 유통이력추적 서비스’ 시험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에서도 의약품 유통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BIR Research “Global Blockchain in Healthcare Market” 에 따르면 불법 복제된 제약의 유통으로 제약사들은 매년 2천억 달러 (243조)의 손해를 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약품으로 인한 사고도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불량 의약품의 유통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IBM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의약품 공급 체인 보안 법률(DSCSA)’이 발효되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조된 의약품을 발견하고 폐기하기위한 MediLedger, Chronicled와 같은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통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각의 거래 데이터는 개별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데이터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블록체인은 제약사, 도매상, 약국, 병원 등이 유통 데이터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데이터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보증하기 때문에 유통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블록체인을 통해 헬스케어 산업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규의 제약이나 기반 미비로 당장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분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이 헬스케어 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는 정보의 투명성, 보안성, 그리고 모두가 함께 이를 공유하면서 얻는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불필요한 제도가 사라지면서 더 활발하게 헬스케어 산업의 생태계가 변화하길 기대해 봅니다.